2021년 회고록
런던은 지금 쏘카에서 2년째
2020년은 마이크로 한 비즈니스 분석과 제품 개선의 역할을 중점으로 활약했다. 정규직 채용도 처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업무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무엇이든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때문에 팀 동료들과 다른 직군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과 센스를 배우기 위해 페어로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인지 2021년에는 나의 Own 서비스나 Project 를 갖고 주도적으로 더 많은 결정권을 갖고 업무를 수행할 기회가 많았다.
신사업의 탄생과 임종을 지켜보며
작년까지 VCNC(타다)는 쏘카의 자회사로 쏘카 데이터 그룹 중 내가 속한 팀은 VCNC 의 데이터팀 역할을 병행하고 있었다. 2020년 후반기에 타다에서 경쟁력 재고를 위한 대리 서비스를 신사업으로 오픈하게 되었고, 그룹장님과 팀장님의 권유로 신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맡았던 역할은 크게
- 가격 시스템의 설계와 운영
- 제품의 개선점 발굴 및 문제해결
-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한 분석 및 전략 수립
- 데이터 접근 장벽을 낮추기 위한 마트 테이블, 대시보드 제작
- 데이터 로깅을 위한 정의, 서버팀-클라팀-데이터팀 컨센서스 조율 및 파이프라인 관리
- 데이터 QA
였다. 돌이켜보면 업무 커버 레인지가 정말 넓었다. 기본적으로 항상 3개 이상의 태스크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여러 Cell(신기능 추가 등을 위한 목적 조직)의 데이터 담당자를 병행하기도 했다. 어쩐지 매일이 야근이었다. 정말 치열하게 일했지만 서비스 운영은 순탄치 못했다. 어느순간 수요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었고, 회사 입장에서는 내부 사정으로 추가적인 투자를 보류하고 오히려 비용 감소를 목표했다. 플랫폼 중개 사업은 수요와 공급 모두 특정 수준 이상이 되어 안정 궤도에 안착해야 비로소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운영이 가능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더 공격적인 투자(비용)가 필요했다.
결국 회사 차원에서 더 큰 성장을 위해 과감히 신사업 철수를 결정했고, 이 시기에 내가 맡았던 대리를 포함 캐스팅이라는 중고차 거래 사업도 함께 종료 되었다. 당시 이 결정에 대해 나는 굉장한 실망 했었다.
첫째로 쏘카-타다의 슬로건은 이동의 기본... 종합 모빌리티 회사로의 성장이었고 그러한 목표에서 대리와 중고차 시장으로의 진출은 타당하고 의미 있는 진출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회사 차원에서 한 번 접어버린 사업 분야를 다시 진출하는 것은 거의 일어나지 않기에 중요한 사업 다각화 포인트 두 개를 완전히 잃는다고 생각했다. (대리 전체 시장규모는 조 단위 시장이고, 중고차 판매는 쏘카의 카쉐어링 사업 구조상 차량 L.T 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서비스였다.)
둘째, 또한 타운홀에서 신사업 출시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거고, 코로나 위기에 맞춰 회사의 생존을 위한 과감한 투자라는 발표가 있었는데 그러한 포부에 비해 철수 결정이 너무 빨랐다는 점이다. (1년을 못 버티고 철수했으니...)
셋째는 나의 부족함이 이러한 결과를 만들었다는 자책감이 컸다. 내가 더 퍼포먼스를 냈으면... 생존할 수 있는 중장기 전략을 더 잘 그려왔으면... 수요와 공급을 폭발시킬 수 있는 아디디어를 생각해 냈으면... 등등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는듯한 기분이었다. 내가 분석한 자료가 서비스 종료 결정의 백데이터로 사용되기도 했으니 자책감이 더욱 컸었다.
혹시 번아웃(?)
타다 대리 서비스 종료 후 타다의 다른 서비스인 라이드헤일링(라이트, 플러스) 관련 업무를 진행했다. 주로 마케팅팀과 협업하여 데이터팀 도움 없이도 쉽게 마케팅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BigQuery SQL 작성 팁이나 홀리스틱스라는 BI 엔터프라이즈 사용법, 효과적인 시각화 방법 등을 교육자료로 만들어 전파했다. 또한 지표 아이디에이션을 통해 주요 지표와 부가 지표로 세분화하고 부족한 부분을 추가하는 등 효과적인 모니터링과 조직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지표를 정의했다.
또한 패스포트라는 쏘카 - 타다 통합 멤버십이 기획되었고 나는 쏘카와 타다 모두의 데이터를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었기에 타다 쪽 데이터 담당자로 참여하게 되었다. 다만 이 때는 BI 제작, 퍼널 대시보드 등 모니터링 시트 제작, 데이터 적재 관리 및 가입 증진을 위한 쿠포 닝 전략, 넛지/푸시 노출 추가 등의 활동만 하고 인수인계한 뒤 완전히 쏘카 업무로 복귀하였는데, 토스의 타다 지분 인수로 인해 쏘카-타다 두 회사 간의 분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로서도 좋았던 부분은 스스로 평가하기에 번아웃을 겪고 있다 판단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다만 그 원인이 대리 때 업무가 너무 많고 스트레스였어서 보다 오히려 서비스 종료 후 상대적으로 너무 여유로워져서 오는 번아웃이었다. 반년 이상을 정신없이 살다가 갑자기 일을 하고 있는데도 휴가인 것처럼 여유로워지니까 오히려 불안하고 지루했다. 어떤 일을 잡아도 이미 해본일이었고 “내 일”이 아니라는 기분도 들었다. (이 시기에는 전과 달리 회사와 서비스 ≠ 나로 느꼈던 것 같다.) 점점 더 마음속 불꽃이 사그라지는 기분이었다. 쏘카 업무로 복귀한다면 처음 입사해서 할 때와는 많이 달라진 환경과 새로운 문제들을 통해 맘 속에 불을 지필 수 있을 것 같았다.
IPO...! 그리고 퇴사
과거 내가 처음 입사했을 땐 카일, 캐롯, 윤, 야마니, 네이썬 총 5명의 사람들과 함께 타다 데이터팀에 소속되어 있었다. 처음 팀에 와서 놀랐고 좋았던 부분은 5명의 사람들의 능력치를 오각형으로 그린다면 빠지는 역량 없이 고루 분포하는데, 한 명 한 명이 특정 분야에서 특히 차별화된 능력치를 갖고 있어서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잘되면서 동시에 업무분장도 확실하게 되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나이 또래도 다 비슷해서 업무 외에도 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이런 팀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게 다행이라고 느끼기도 했고, 실제로 지금도 다행이었다 생각한다. 하지만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몇 번의 팀 리빌딩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카일, 캐롯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른 팀/조직으로 이동하거나 퇴사를 하게 되었다.
쏘카 업무로 복귀하며 옛날 팀원이었던 윤을 포함하여 옛 타다 데이터팀이 다시 뭉쳐 일할 수 있게 되었다.(이 외에 모델링팀의 세레나, 브루노가 함께 하였다.) 팀은 TF 형식으로 구성되었고 2022년 IPO를 대비 목적이었다. 대부분 업무를 혼자 맡아 진행하다가 믿을 수 있는 동료와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점은 설레는 일이었다.
다만 실제로 TF 에 참가하여 진행했던 업무들은내가 지향하는 방향과는 상이한 부분이 많았고, 결과적으로 내게 충분한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이 시기에 새로운 도전을 진지하게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조금만 참고 IPO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상장되면 지금까지 고생에 대한 보상도 충분할 텐데 고생은 다하고 보상은 못 받는 건 너무 아깝지 않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또한 지금의 훌륭한 동료들이 있는 환경을 벗어나면 후회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많이 받았다.(이 역시 여러 퇴사자 또는 지인과 대화해 보면 쏘카의 데이터본부 역량은 대기업, 스타트업 가릴것 없이 국내 10손가락 안에 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러 고민 끝에 결심은 굳어졌고 12/24일부로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관련 내용은 후반부에 언급하겠다. )
1년 차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런던의 회고
비즈니스
대리를 맡게 될 때 나의 포부는 모두가 만족하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의 이상(ideal)은 정말 이상이라는 점을 인정하게 됐다. 아무리 첫 이벤트에 좋은 경험을 느끼게 신경 쓰고 2차 이용을 유도해도 체리피킹 하는 사람이 많았다. 소비자 중에는 적정 가격을 알아도 더 싸게 이용하고 싶어 하는 이용자가 있었고, 공급자는 반대로 더 비싸게 받고 싶어 하기도 했다. 협의가 되는 중간점을 제시하면 오히려 둘 다 거부하는 내 상식과 예측을 벗어나는 현상도 관찰했다.
물론 단순히 주저앉고 포기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지만 대다수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일례로 “쓰고 싶어도 못쓰는 사람들의 니즈 해결”에 초점을 맞춘 “업단가”라는 기능을 제안하여 제품에 반영했다. 대부분 플랫폼 서비스는 내부 로직에 의해 특정 가격이 제시되고 이용자에게 조정권을 제공하지 않는데 이 틀을 벗어나는 기능이었다.
당시 우리 서비스는 세부 지역 단위로는 가격 모델에 반영할 만큼의 수요가 없는 지역이 많았고, 대리 특성상 거리두기로 인해 특정 시간에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도 존재했다. 때문에 가격 시스템은 안전성을 위해 최소 수요 수준을 고려하고 다소 넓은 지역의 수요/공급을 통해 시장 상황을 판단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모델에 영향력이 낮은 지역은 제시된 가격과 시장 상황의 괴리가 커지는 문제를 야기했다. 특히 가격 수준이 낮게 제시되는 경우 유저가 아무리 이용하고 싶어도 공급자와 매칭이 되지 못해 이탈하는 문제가 있었다. 업단가는 이러한 소비자를 위해 제시된 가격에서 유동적으로 조절하여 재호출 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었다. 실제로 해당 기능 출시 후 매칭률과 이용 완료율은 출시 전보다 평균 15%p 이상 상승했다.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수요와 공급을 만족시킬 수 있었고, 특정 시간, 지역에서 실제로 어느 정도 가격이 적정한 수준인지 백데이터를 얻어 가격 시스템에 반영할 수 도 있었다.
사람의 행동을 예측하고 유도하는 것은 생각보다 (정말, 엄청, 매우)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점 또한 배웠다. 이용자의 판단을 최소화하고, 흐름만 따라가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한 이용 퍼널도 상상도 못 한 과정으로 이용하는 유저들이 있었으며, 시스템 허점을 파고 드려는 어뷰징 유저와 드라이버들도 있었다. 할인 혜택, 적립 혜택 등 현금성 이벤트를 한다고 무조건 소비자와 공급자가 유도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배웠다. (더불어 이 부분은 나뿐 아니라 모든 구성원에게 의미 있는 배움이었다 생각한다.) 몇 번의 A/B test에서 오히려 푸시/넛지 등으로 제안하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참여율이 떨어지는 점 등을 통해 노티가 주는 부정적인 영향이 존재한다는 것을 배울 수 도 있었다.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도 배운 점이 많았다. 나는 보통 업무 진행 시 기록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회의 때 공유할 자료부터 업무 진행 간 진행사항과 개인적인 메모까지 되도록 세세하게 문서화하여 남겨둔다. 가장 큰 장점은 문서 하나로 모든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에 별도로 미팅을 잡아 시간을 뺏기는 일이 적다.(런던 탬플릿이라고 별도로 만들어 사용할 정도)
그러나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을 하다 보니 생각보다 이런 문서화 작업이나 문서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이런 분들에게는 오히려 주요 그래프 같은 시각자료 몇 개를 두고 대화를 통해 디벨롭하는 게 훨씬 일의 진행이나 결과가 좋았다.
또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데이터를 선택적으로 관찰 및 이용하는 경향이 있음을 배웠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케이스로 나뉘었는데 데이터 추출 과정이 미숙하거나 지표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서인 경우와 자기주장에 유리하게 보이는 숫자만 골라 쓰려는 경향 때문이었다.
일화로 과거에 작성했던 문서중 A라는 결론을 보충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지표가 담긴 B라는 자료를 제작한 적이 있는데, 훗날 누군가 A라는 결론과 무관한 C를 주장하기 위해 B 자료에서 입맛에 맞는 자료만 가져다 짜깁기 한 뒤 레이징 했고, 당연히 자료의 출처로 나를 지목하여 곤란한 연락을 받은 경우가 있었다.
결론적으로 두 케이스 모두 데이터 리터러시 능력 부족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데이터팀으로써 어떻게 하면 구성원의 리터러시 능력을 키울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는데, 나 혼자의 열정만으로는 어려움도 존재하는 것 같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얼른 생각나길..!
2년 차 런던은 이랬으면 좋겠다
확고한 방향성 만들기
작년 동안 내게 가장 의미 있는 일은 “나는 어떤 데이터 쟁이가 되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졸업 후 전공과는 접점이 하나도 없던 데이터 분석가에 도전해서 일을 시작했다. 동료들은 정말 너무 똑똑하고 잘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내가 이 사람들처럼 될 수 있을까? 가 아니라 이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동료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사람이 되자! 가 목표가 되었고 반년 넘게 퇴근하면 각종 강의와 도서를 활용해 평균 3시간씩은 공부한 것 같다. (수험생 때도 안 해본 출퇴근 지하철에서 인강 듣기를...) 노력하다 보니 어느새 조금씩 인정을 받기도 했고, 나도 여유가 생기고 특정 분야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알려줄 수 있는 입장이 되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나는 어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카일(팀장)은 나에게 항상 “런던이 앞으로 가고 싶은 길을 고민해보고 선택해야 할 것 같다. 뭐가 되고 싶은지 생각해보라. 그래야 그에 맞는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는 말을 종종 해주었다.
다만 나는 (지금도) 제품 분석을 통해 사용자 경험을 증진시키는 것도 너무 재밌었고, 비즈니스 관점에서 수요 분석을 통해 가격 시스템을 개선하는 과정도 너무 즐거웠다. 솔직히 마케팅 분석은 너무 즐거웠다 까지는 아니었다. 그래도 항상 내 대답은 “제너럴리스트로써 성장하면 안 되는 걸까요? 특출나진 않겠지만 어떤 일이든 수행 가능한. 눈에 확 띄진 않아도 묵묵히 1인분 이상을 하는 사람이 되는 것도 좋은 거 같아요”였다.
역시 지금도 답은 못 내렸고, 이건 2년 차를 달리는 런던에게 맡겨야 할 문제인 것 같다.
대화하는 사람이 되기
올해 관심을 갖는 부분은 데이터 분석가나 과학자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나 전직을 희망하는 현직자 분들에게 내가 어떠한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 이다
.
최근 데이터 분석가나 과학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많은 개발자 지망생들도 데이터 엔지니어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실제로 기업에서도 데이터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는 매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내 생각에 실제로 타 산업직군에 비해 데이터 분야는 취업 정보가 매우 적다. 나 역시 처음 데이터 분석가를 꿈꿀 때 뭘 알아야 하고, 뭘 공부해야 하고, 뭘 준비해야 할지 정말 알 방법이 없었다. 무작정 패스트 캠퍼스에서 데이터 엔지니어 과정을 들었었다. 돌이켜보면 실제로 데이터 분석가나 사이언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사람치고 취업 준비를 잘했다고 평가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진짜 어떻게 뽑혔던거지 나는...)
비록 나도 여전히 주니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이지만 이렇게 고민이 많은 (예비)데이터 쟁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특히 남을 도울때는 그 주제가 무엇이든 최소 98%는 알고 있는 상태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멘토링은 나 스스로의 성장도 이뤄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 같다.
타다 쑥쑥 키우기
앞서 쏘카를 퇴사했다고 언급했는데 갑자기 타다 쑥쑥 키우기라고? 싶을 것 같다. 앞에서 퇴사 이후 행적은 언급하지 않았는데, 결론만 말하면 1월 3일부로 쏘카에서 타다로 옮기게 되었다. 사실 이직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데... 이제 다른 회사가 됐으니 이직이 맞지 싶다. 실제로 다른 회사에 갈 생각도 있었고, 얘기도 되었으나 건강 문제와 과거 대리 종료의 아쉬움이 있어 재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고민 끝에 타다로 넘어오게 되었다.
타다를 선택한 이유를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2가지 정도가 있는데 첫 번째 이유는 퇴사 이유와도 얼추 통용된다. 어쩔 수 없이 일반적인 분석가나 과학자의 업무는 서비스의 특정 어떤 부분에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대리 사업을 하다 보니 점점 서비스의 한 부분뿐 아니라 서비스 자체 관점에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 이는 곧 “내가 어떤 서비스를 만들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내가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며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내가 세운 가설과 발견한 문제점을 토대로 개선책을 제안하고 증명하여 실제로 프로덕션에 적용될 때와 액션이 잘 동작하여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서비스 진짜 좋아, 이 서비스의 이 기능 너무 편해! 와 같은 얘기를 듣고 싶고, 나는 자랑스럽게 그거 내 아이디어야, 내가 그거 만드는 거 같이 했어!라고 말하고 싶다.
타다는 현재 넥스트(대형승합)와 호출 예약 등 신사업을 론칭하고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 이미 업력이 오래된 서비스는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 서비스의 방향과 관행 등이 굳어져 있어 “개혁”하기 어렵다.(난 내 몸을 29년째 제어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침에 잘 일어나는 사람으로 바꿔놓지 못했다. 하물며 기업과 서비스는 더욱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지금 타다에 합류하면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서비스, 내가 좋아하는 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하는데에 훨씬 더 큰 영향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는 판단을 했다.
두 번째 이유는 지금 타다의 데이터팀은 변혁기를 겪고 있다. 새로 합류하신 분들도 많고, 나보다 연차가 낮으신 분들도 계시며 여전히 새로운 인원에 대한 채용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2. 대화하는 사람 되기 에서 언급했듯 최근 내 최대 관심사는 멘토링이다. 지금 타다 데이터팀에 합류하면 내가 배웠던 좋은 데이터 팀 문화를 전파하고 좋은 팀원, 팀장에게 배운 부분을 벤치 마크하여 새로운 팀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래서 타다의 데이터팀을 다른 팀, 회사에서 벤치마크 하고 싶은 팀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가졌다.
현재 나는 신사업 중 하나에 참여하여 첫날부터 바쁘게 업무를 보고 있다. 쏘카만큼 타다 문화를 잘 알고 있었지만 토스에서 인수된 이후 확실히 문화나 업무 방식이 토스와 많이 닮아진 듯해 어색하기도 하다. 나에겐 낯선 부분도 많고 업무량도 엄청나지만(나도 신규 입사자 대우해주지.. ㅠ) , 팀원들도 합류를 반겨주고 업무 자체도 Own 하여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줘서 만족스럽다. 더불어 틈틈이 팀원들과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고, 팀 전체 관점에서 성장하기 위해 어떤 방안이 좋을지 고민하고 있다. (스터디 의견도 제시했는데 생각보다 관심 갖는 분들이 계셔서 추후에 참여자를 종합하여 빌드업할 예정이다.)
앞으로 수많은 난관과 문제에 봉착하겠지만, 올해에 타다 신사업을 잘 성장시켜서 타다 대리 실패에 대한 마음의 짐도 풀고, 나를 포함한 타다 데이터팀의 능력치도 지금보다 월등히 높여 어디서나 인정받는 데이터 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연말 회고엔 꼭 다짐한 바를 모두 이뤘다고 쓸 수 있길...!!